전고체전지 에너지밀도는 900Wh/L다. 삼성SDI가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준비하는 값이고, 지금 양산 중인 각형 배터리보다 40% 높다. 거꾸로 세면 지금 차에 실린 각형이 643Wh/L 언저리라는 뜻이다.
그런데 전고체 이야기에는 두 배라는 말도 늘 같이 붙는다. 40%와 두 배. 둘 다 맞는 숫자다. 재는 단위가 다를 뿐이다.
1. 전고체전지 에너지밀도 900Wh/L와 지금 각형 643Wh/L
Wh/L는 부피당 단위다. 1리터짜리 통에 와트시가 몇이나 들어가느냐를 잰다.
삼성SDI가 밝힌 900Wh/L는 지금 양산 중인 각형 배터리보다 40% 높은 값이다. 900을 1.4로 나누면 643이 나온다. 지금 쓰는 각형 배터리가 그 언저리다.
부피당 밀도가 오르면 같은 차에 같은 용량을 넣을 때 자리가 남는다. 무게도 줄어든다. 주행거리를 늘리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리를 돌려받는 이야기다.
2. 두 배는 무게당 Wh/kg, 40%는 부피당 Wh/L
무게당은 Wh/kg으로 잰다. 지금 리튬이온 배터리가 250Wh/kg쯤이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1,500km까지 끌어올리려면 500Wh/kg을 넘겨야 한다. 250에서 500이면 두 배다.
전고체가 두 배가 된다는 말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두 숫자는 서로 어긋나지 않는다. 하나는 부피를 재고 하나는 무게를 잰다.
그러니 전고체 기사에서 숫자를 보면 뒤에 붙은 글자부터 본다. 900Wh/kg 같은 건 아직 없다.
3. 1,000Wh/L 넘기려면 리튬 17µm 이하
자동차 쪽이 원하는 부피당 값은 1,000Wh/L다. 900에서 100이 모자란다.
모자란 100이 걸린 데가 음극이다. 음극에 리튬을 한 겹도 미리 안 깔면 셀 밀도가 1,100Wh/L까지 올라간다. 그런데 첫 충전에서 리튬이 고르게 안 붙는다. 그래서 리튬을 얇게 깔아 두는데, 이 층이 두꺼워질수록 밀도가 떨어진다.
1,000Wh/L를 지키는 한계가 17µm다. 지금 리튬 포일을 얇게 미는 상업 공정은 압연이고, 여기서 안정적으로 나오는 두께가 50µm다. 33µm가 남았다. 20µm짜리는 사 올 수는 있다. 1제곱미터에 6,000달러다.
4. 분리막을 빼고 음극을 없애서 얻은 40%
40%가 어디서 나오는지는 셀 안을 열어 보면 나온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배터리다.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 역할까지 하니까 분리막을 통째로 뺀다. 분리막만큼 부피가 줄어든다.
여기에 무음극을 얹는다. 음극 활물질을 아예 안 넣고, 충전할 때 리튬이 집전체 위에 금속으로 붙는 구조다. 음극 부피를 줄이고 그 공간에 양극재를 더 넣는다. 900Wh/L는 이 둘을 합친 값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같은 길로 간다. 무음극 특허를 2021년 10월에 냈고, 액체 전해질에서는 리튬이 수산화리튬이나 탄산리튬으로 굳어 다시 못 거둬들였다. 고체 전해질이어야 무음극 구조를 쓸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5. 삼성SDI 2027년, LG에너지솔루션 2029년 상용화 목표
삼성SDI는 2022년 3월 수원 연구소에 전고체 파일럿 라인 S라인을 6,500㎡ 규모로 착공했다. 2023년에 고객사로 샘플이 나갔고, 상용화 목표는 2027년이다. 착공에서 목표 시점까지 5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9년으로 잡았다. 무음극을 얹은 전고체도 같은 해 하반기다.
지금 남은 문제는 밀도가 아니라 단락이다. 충전 중에 고체 전해질 안으로 리튬이 파고들어 균열을 만들고, 그게 전극까지 닿으면 셀이 그 자리에서 죽는다. 이번 달에 나온 연구에서는 금속 링으로 전해질을 눌렀다. 그랬더니 세로로 뻗던 균열이 가로로 눕고, 수천 번을 충방전해도 셀이 살아 있었다.
이제 전고체 숫자를 보면 뒤에 붙은 단위부터 읽으면 된다. 900Wh/L는 지금 각형보다 40% 나은 자리 이야기고, 두 배는 무게당 250에서 500으로 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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